나의 이야기
기이한 그리스인 조르바
흰코끼리
2021. 1. 25. 23:02
알렉시스 조르베스크.
알렉시스 조르비치.
...
어떤게 조르바일까?
...
저는 이 마을 교장으로
이곳 동광 주인인 알렉시스 조르바가
지난 일요일 오후 6시에 세상을
떠났다는 슬픈 소식을 전하고자
이 글월을 올립니다.
그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교장 선생, 이리 좀 오시오,
내겐 그리스에 친구가 하나있소.
내가 죽거든 편지를 좀 써주시어,
최후의 순간까지 정신이 말짱했고
그 사람을 생각하더라고 전해주시오.
그리고 나는 무슨 짓을 했건
후회는 않더라고 전해주시오.
그 사람의 건투를 빌고
이제 좀 철이 들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 하더라고 전해주시오.
잠깐만 더들어요.
신부같은 게 내 참회를 듣고
종부성사를 하러 오거든
빨리 꺼지는 건 물론이고
온김에 저주나 잔뜩내려 주고
꺼지라고해요.
내 평생 별짓을 다 해보았지만
아직도 못한게 있소.
아, 나같은 사람은 천 년을
살아야 하는건데..."
이게 그분의 유언입니다.
유언이 끝나자 그는 침대에서
일어나 시트를 걷어 붙이며
일어서려고 했습니다.
우리가(부인인 류바,저,이웃의
장정 몇사람이 )달려가 말렸습니다.
그러나 그는 우리 모두를 한쪽으로
밀어붙이고는 침대에서 뛰어내려
창문가로 갔습니다.
거기에서 그는 창틀을 거머쥐고
먼산을 바라보다 눈을 크게 뜨고
웃다가 말처럼 울었습니다.
이렇게 창틀에 손톱을 박고
서 있을 동안
죽음이 그를 찾아왔습니다.
부인 류바께서는 선생님께 편지를
보내어 자기 대신 경의를
표해달라고 했습니다.
부인 류바 말씀에 의하면
고인은 자주 선생님 이야기를 했고
자기 사후에는 산투르를 선샘님께
드리어 정표를 삼겠다는 분부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부인 류바께서는
선생님께 이 마을을 지나는 걸음이
있으시면 손님으로 그날 밤을 쉬시고
아침에 떠나실때는
산투르를 가지고 가시라는 것입니다.
...
그리스인 조르바의 마지막 장면이다.
나도 모르게 갑작스런 그의 죽음과
절절한 울음에 내 마음도
함께 우는 듯했다.
...
조르바는 첫째도 자유요,
둘째도 자유요, 세째도 자유였다.
기존의 권력과 종교...
세상의 수많은 지식인들까지
그들의 위선과 허구를
맹렬하게 비난하고
조롱했으며 온몸으로 부딪혔다.
...
시베리아에서 조르바는
니코스 카잔자스키에게 엽서를 보냈다.
"...아직 살아있습니다.
오라지게 추워 할수없이 결혼했습니다.
뒤집어보면 사진이 있어서 두목도
볼수있을 겁니다.
착한 여자입니다.
허리가 조금 뚱뚱한 것은
지금 날위해서 꼬마 조르바를
하나 만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
ㅎㅎㅎ
그리스인 조르바를 번역했던
이윤기는 지인들과
1999년 2월 6일
크레타를 갔었다.
그들은 진로소주에 바나나와
국산담배로 간단하게 젯상을 차려
묵념을 했는데
이윤기는 부족하다는 생각에
신발을 벗고 한국식 절을 했단다.
그랬더니 안내를 했던 크레타
여성 소니아 벨라도키는
눈물을 참지못했다고한다.
왜냐하면 머나먼 타국의 이국인이
자기네 고향이 사랑하는 작가에게
지극한 경의를 표하는 것에
치밀어 오르는 격정의 눈물을
참을 수 없었노라고 했다.
또한 소설 속에 조르바의 딸이
불과 한달전에 참배를 다녀갔고
몇 살이나 됬냐는 이윤기의 질문에
"예슨 다섯이라지요...아마?"
세상에 꼬마 조르바라니...ㅎㅎㅎ
영화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안소니퀸의 얼굴은
역시 훌룡한 조합이었다.
영화 ost도 좋았는데 작곡가는
"기차는 8시에 떠나고 "의
미키스 데어도라키스에
노래는 아그네스 발차.
춤의 밝고 서정적인 느낌과
북유럽 특유의 비장함이
우리의 정서와 비슷한 느낌이들었다.
예를들면 진도 아리랑과 ...한오백년...
흡사 조르바가 연주하는 듯한
신들린 산투르 소리와
바닷가에 조르바와 니코스 카잔스키가
함께하는 도약하는 춤 장면은
말로 할수없는 그 무엇을
춤으로 ...온몸으로 육화시켜
땅과 하늘을 가르는 새가 된듯했다.
...
올해는 나에게 조르바로 시작해서
니코스 카잔스키의 해로 기억될 듯하다.
이렇게 멋진 사나이 조르바를
소개해주었다면
니코스 카잔스키도 당연히
멋진 사나이였으리라.
오랫만에 나의 영웅인 체게바라같은
멋진 사나이를 만난 느낌이랄까
...
재작년에는 시인 백석에
흠뻑 빠졌었고
작년에는 셜록홈즈의 저자
아서 코난도일에게 빠졌다.
올해는 니코스 카잔스키다.
우연히도 조르바의 대사는
내가 생각하고 말하는 것같은
느낌이들었다.
조르바...뒤늦게 만나서인가...
더욱 사랑스런 이름이다.
발체그렌데에서 체게바라를,
크레타에서 니코스 카잔스키를...
버킷 리스트에 갈 곳이 하나
더 생겼겠다.
크레타섬에 그가 있다는
무덤의 묘비를 가게되면
젯상에 소주와 순대를
진설하고 소리 한 대목을 해야겠다.
사철가가 좋을래나...
영원한 자유인 조르바,
그리고 또 다른 조르바를 꿈꾸는
나...ㅎㅎㅎ
@뱀다리
그리스인 조르바 책을 검색하다보니
영혼의 자서전과 함께 영등포 알라딘에
두권이 있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엄청난 눈폭탄이...
그렇게 영등포에 엉금엉금 도착했더니
영혼의 자서전은 고객이
얼마전 구입을 해서 그리스인 조르바만
살수있었다.
나는 한권이라도 건진맘에
사람의 때가 살짝 묻은 책을
쓰다듬으며 배낭에 곱게 모셔왔다.
그리고 얼마후 "영혼의 자서전"을
신촌 글벗에서 구입했다.
고려원에서 나왔고 가격은 단돈 3,000원 .
글씨가 작고 누런 갱지의 냄새가
사뭇 고풍스런 책이다.
80년대 책인데
옛날 책방에서 걸어나온듯 했다.
그리스인 조르바는 열린책에서 나온
2000년대 것으로 글씨도 책모양도
장서본으로 제법 그럴 듯했다.
...
고려원의 것이 장년이라면
열린책의 것은 청년이 될것이다.
폭설과 함께 온 조르바와
니코스 카잔자스키.
그들은 그렇게 나에게로 왔다.
...
산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초오롱마같은 세계의 지붕도 좋고,
이땅의 영산 백두산도 좋겠지만
진강산같은 친금함이
나에는 더욱 좋다.
왜냐하면
예수나 부처보다는
마음좋은 이웃집 조르바 아저씨가
더 좋은 이치가 아닐까...
그러나 불행하게도 많은 사람들은
욕심이 많아서 성자도 원하고
조르바도 원한다.
어떤 선택을 할지...
인생에 정답은 없으니...
각자 마음 닿는데로 갈뿐이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