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부모님을 위한 노래

흰코끼리 2023. 10. 7. 08:10

아버지는 나무껍데기같이
거친 손으로 갈퀴가
마당을 긁어내듯
말없이 밭에있는
여러 가지 찬거리를 빨간
다라이에 담았다. 그리고
노쇠한 담벼락에
멀건히 서있는 사과나무의
탐스런 사과와

밤나무의 아람에 반짝거리는
알밤을 몇알씩 따서
상자에 담아 엄마에게 주셨다.
엄마의 쭈글쭈글해진 손위에
방금 가져온 야채들이 신들린듯
마술처럼 향기로운 참기름과

붉은 고추가루등이 춤을 추더니
마침내...더 할 나위없이
맛있는 음식으로
모양도 색깔도 서로 다른
용기에 예쁘게 담아졌다.
마당 한편에는 정겨운
봉숭아가 아직 피어있었고

가장자리의 장독대에
날씬한 새우젓 독은
새우눈으로 주변 항아리들을
감시하듯 지켜보았는데...
크고 작은 이모저모 다른
항아리들은 입이 한자나 나왔다.
왜냐하면 엄마의 선택은
할머니에 할머니때부터 있었다던
풍만한 곡선이 근사한 항아리에서
붉은 고추장과 구수한 된장이
프라스틱통에다 정성스럽게
꾹꾹 눌러 담고서는 장독대를
훌쩍 떠나셨기때문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먹거리들을
아버지는 사과상자 세개를
만드시더니 내용물이
문제가 생길까 꼼꼼히
이리저리 만져보시며
녹색 끈으로 야무지게
묶으셨다.
그리고...몇일후
수원 광교산 경기대 근처
나의 오피스텔에는
영주 사과 상자 세개가
문앞에서 나를 쳐다 보고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이
부모님이 보내주신 것을
알고는 잠시 주저하다 다음날
상자를 조심스럽게 열어보았다.
상자안에는
엄마가 쓰신 공책 종이에
삐뚤빼뚤한 글씨로
꾹꾹 눌러 쓰신 편지가 있었다.

편지를 읽어본
나는 그저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할수 없었다.
"봉석아,
세상사가 마음대로
되겄냐. 조금 쉬었다
간다고 생각혀라.
걱정말고...
엄마와 아버지는
아무일없당게...
네편이니께..."
봉석이는 이혼후에 실직까지...
호된 시련을 겪고 있는터라
추석에 고향을 가지
못했던 것이다.
@뱀다리
1.어제 라디오 방송에 나온
어떤 이혼과 실직을
겪는 직장인의 이야기가
괜시리
마음에 담겨져서
살짝 상상의 양념으로
재구성해봤다.
2.요양원에 계신
엄마를 생각하니
글의 주인공이
더욱 안스러웠다.
잘 이겨내길 바란다.
3.엄마는 가끔
나에게 생일때 같은
일이 생기면
축하금 명분으로
봉투에 돈을 넣어주셨다.
그리고는 이런저런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써주셨다.
옛날 표준법의 고색
창연한? 문체로...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