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기이한 감악산 양가산댁 115(부제/엄마와 은행)

흰코끼리 2024. 10. 24. 11:50

세상에는
훌룡하고 맛있다는
음식이 차고 넘친다.
그러나
...
(다른 누구에게도
그렇듯이
풍요속에
빈곤이라는
말이 있다.
지금 지구 한편에는
물한모금과
한끼의 밥이
절실한 사람들이
셀수없이 많으니 말이다.)
...
다른 발상이지만
사람들은
호사스런 음식들에서
이른바 집밥이니
소울푸드같은
음식들을
생각하는 이유가
나와 같은지 모르겠다.
다만,
오늘은
그런 날이다.
주인공은
은행과 밤이다.
가을이 붉게
익어갈때
엄마는 귀엽게
생긴 노란 은행과
토실토실한
알밤을 밥과 함께
익혀서 주셨다.
(고기가 나올때는
대추술을 담그셔서
주시기도하셨다.)
연대에서 주운 은행과
제삿때 제물을
가지고 만드신 것이다.
어는 때는 갈때마다
나와서 손사래를
쳤을때도 있었다.
(엄마, ...
이제 이런 거
밥에 넣지마세유...
제발...
엄마는 그래도
가끔 넣으셨다.
몸에 좋다시며...
ㅎㅎㅎ)
그러나...
이제는 그런 음식을
언제 먹을수 있을지
알수없다.
...
@뱀다리
솔직히 말해서
그 음식들을
언젠가 못 먹을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을지 모른다.
마치 엄마가
우리 밥상을
영원히 차려주실거라는
착각을 했을수도...
그래서 오늘 나는
라디오에서 나오는
어린시절 할머니가
쪄서 주신 밤을
맛있게 먹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이야기는
내 마음에도 이어져
엄마가 주신 밤과
넷째 고모님이 주신
밤을 쪄서 까먹은
일들로 가득하더니
어느새 어린시절
엄마 손을 꼭잡고
따라갔던 방아간의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가래떡과
노란 은행이
고소한 향을 내며
노릇노릇하게
반짝반짝 눈을
깜빡거렸고,
무서운 가시가 가득한
밤송이는 작대기의
공격으로...벌려져
항복의 댓가로
탐스런 알밤이
건내졌다. 그리고
제일 먼저 엄마에게, 다음에는
우리 모든 가족들에게
얼른 주고싶었던
어느 날이 생각났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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