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장/因緣
80년 5월27일 새벽
전남도청 회의실 항쟁지도부.
"우리는 저들에 맞서 끝까지
싸워야 합니다. 그냥 도청을
비워주게 되면 우리가 싸워온
그동안의 투쟁은 헛수고가 되고,
수없이 죽어간 영령들과
역사 앞에 죄인이 됩니다 …
이 새벽을 넘기면 기필코 아침이 옵니다.”
윤상원은
잠시 사람들을 바라보더니
교련복을 입은 고등학생과
나이 어려보는 이들을 향해
다시 말을 이어갔다.
"나가라.
너희들은 집으로 돌아가라.
너희들은 역사의 증인이 되어야 한다."
...
윤상원의 말을 듣고
떠밀리듯 도청 회의실에서
나오게된 사람들중
현선과 성기,경수
3명은...
흘러내리는 총을
엉성하게 다시 어깨에
메고서 계단을
내려왔다. 경수는 몸이
안좋은지 유난히 떨었다.
그들은 도청내에 함께
생사고락을 했던
시민군 157명중에 하나였다.
학교 써클 "청송"
선후배였던
그들은 이제
어떤 판단이든 결정을 해야했다.
경수 왈,
"...현선이 형,
성기야...이제 집에 가자.
형들도
가라하고 ...너무 무섭다야..."
성기 왈,
"아...씨발...이거...
이러다가
정말 죽는거 아니어...?""
현선은 말이 없었다.
그렇게 침묵이
얼마간 흘렀을때...
아래에서 조그만 소리가
들렸다.
김중사 왈,
"야, 김상병.박일병!
너희들...내 말 잘들어.
내가 먼저 계단을
올라갈테니 너희들은
좌우에서 나를 엄호해,
내가 사격 지시하면
그때 사격해라.
알았나? 내가 지시하면
쏴야되..."
김상병,박일병
모두 예! 대답했다.
시야는 어둡고 계단길은
꺽여서 위나 아래나
시야가 확보되질않아
모두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현선은 경수와 성기를 보며
제 입에다가 오른
검지 손가락을
세워서 조용하라고
신호했다.
현선은 가지고있는
M1총 방아쇠
안전장치를 풀고
경수와 성기에게
벽으로 붙으라고
신호를 했다.
그리고 얼마후
창가로 비춰진 순간
경수는
땅.땅.땅 소리후에
두두두 60연발사격이
건물안으로 쏟아졌다.
경수는 풀썩하며 바닥으로
엎어졌다. 주위에는
붉은카펫이 깔리듯이
피가 바닥을 적셨고 깨진 유리창
파편이 사방에
화살처럼 꽂혔다....
저격수의 총에
쓰러진
경수는 "엄마...엄마..."
하며 울부짖었다.
성기는 바닥에
낮게 엎드렸고
현선은 주위를
매의 눈처럼 둘러보았다.
그리고 들려오는
M16 소총의 다다다다...
연.사소리가 바깥에서 현선이
있는 곳으로
무자비하게 쏟아졌다.
김중사가 말했다.
"어떤 새끼가 쏜거야,
사격지시 할때
쏘라고 했잖아...
아이 씨발새끼들...
누구야?"
김상병, 박일병 동시에
말했다.
"김중사님, 저 안쐈어요..."
김중사 왈,
"이 새끼들...무슨 소리를
하고있는거야..."
김상병,박일병 동시에
"정말이에요,
우리는 정말 안쐈습니다."
김중사 왈,
"정말이야...? 그러면
저격병인가?
통신병 어딨어?
야이 개새끼들...
통신병 어딨냐구?..."
그러던중 바깥에서
총소리가 났는데
60 연.사 소리같았다.
두두두두두...
김중사 왈,
"야...안되겠다.박일병,
너 내려가서 통신병
데리구와. 빨리...
데리고 올수없으면
상황파악해서 ..."
박일병 왈,
"예, 알았습니다."
그리고 얼마후
박일병이 왔는데
저격병의 사격이 있었다는 말과
잠시 전부터
저격병 사격중지명령내렸고
부대원들은
도청안으로 신속
진입해서 반란군들
빨리 제압하라고
부대장 명령을 전달했다.
저격수들과 소통이
잘 안됬던 모양이었다.
작전을 재촉하는
상부의 눈치도 있고
김중사는 과감하게
계단을 돌파하기로했다.
그리고 서둘러
계단을 올라가는데
아뭇 소리가 안나서
서둘러 올라가보니
붉은 핏자국이 흥건했고
한쪽 방향으로
피가 묻은 두명의 발자국이
바닥에 도장을 찍듯이
새겨져있었다.
김중사와 김상병,박일병은
조심스럽게 가다보니
발자국은
강당입구로 들어갔다.
김중사는 들어가야할지
고민이 되었다.
보나마나 들어가게되면
반란군들의 집중사격이
있을테니...
그래서 가지고있던
연막탄이 생각나서
좌우측 창문으로
들어가고 출입구에
연막탄으로 시야를
가린후 엄호하는 걸로
작전지시하기로 했다.
그리고 바로 출입구로
연막탄을 던지는
동시에 창문을 깨고
들어갔다.
그렇게 강당으로
진입했는데 정작...
강당실내는 이상하리만큼
너무나 고요했다.
연막이 어느정도
걷어져 시야확보됬을때
세명의 부대원은
...
눈앞에 세명이 강당바닥
한구석에 앉아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피묻은 반란군
하나와 나머지 둘을...
그들은 피곤한 모습으로
김중사와 김상병,박일병을
뚤어져라
쳐다 보고있었다.
김상병은 그런 그들이
조금 무서웠지만...
눈앞에 박일병도 있고
...
"손들어! 총내려!"
자기도 놀랠정도로 크게 소리쳤다.
그런데...
그런 소리를 듣고도
그들은 그저 멍한,
아니... 공포스런 모습으로
...손들라는 소리를
못들었는지 그대로
총 개머리판을 바닥에
세우고 힘겹게 벽에 기대어있었다.
김중사는
"깜짝 놀랐네...
귀신인줄 알았잖아...
빨갱이 새끼들...
빨리 손들어!
너희들때문에
밥도 못먹고
몇일이냐...개고생한지가..그러다가
성기가 말했다.
"우리집에 갈거에요.
우린 학생이에요.
엄마가 빨리오래요..."
김상병 왈,
"알았어, 알알어...
빨갱이 새끼들아.
광주에는
고삐리도 빨갱이가 있네.
하여간 여기는 온통 빨갱들이야...
아이 씨발..."
성기 왈,
"군인 아저씨들,
우리 빨갱이 아니랑게요.
빨갱이 아니고
고등학생이랑게요."
현선은 왼쪽 가슴에 피가 계속 흐르고 있었다.
오른쪽 손은 피와 총이 엉겨붙었다.
왼쪽 손으로
성기를 자제시키는
손짓을 하며,
"군인 아저씨들,
들어 보쇼잉....
어짜피 우리들 목숨은
당신들이 가진 것이니께
...그건 그렇고
저... 그...피묻은 경수는
틀린거 같고... 아...성기는
...나이도 어리고...
거시기 나 따라온 것이니께
그냥...집에 보내면
안되겄소.
그렇게 합시다.
나가 이렇게 빌것소..."
김중사 왈,
"얼씨구, 애네들이
별짓을 다하네...
이 빨갱이 새끼들이.."
하면서 착검한 총으로
현선 옆구리를
푹~ 찔렀다.
그리고 ...현선이...
말했다."...아따...
그러니께...
나만 데리고가란..."
김중사는 현선의 옆구리에서 피가
뿜어져나오니 흥분을
더하면서 다시 착검한
총으로 현선을...
가만히 있던 성기가
얼굴이 붉어지면서
순식간에 총을 들어서는
"야이, 반란군 새끼들아...
우리는 빨갱이가
아니라고 했잖혀...
우리는 시민군이여...
아이...씨...
씨방새들아..."
하면서 방아쇠를
당겼고 거의 같은 시간에
박일병의 총에도
총알이 날아갔다.
...
@뱀다리
윤상원 대사는
기존에 나온 자료를
인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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