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불가마같은 날이 올때면 사브작 사브작 분홍색 상사화는 꽃대를 내밀었다. 봄날 토끼 귀같던 여린 잎사귀들은 속절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보란듯이 기린 목같은 늘씬한 각선미에 눈부신 분홍색 자태를 더해 아침녘 첫사랑의 두근거림을 선사했다. 그리고...나는... 설레이는 마음으로 한나절을 보내고 저녘무렵 다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분홍색 상사화를 마주했다. 그랬더니... 상사화 왈, "계궁항아의 사랑은 분홍색 달빛이오, 소녀의 丹心은 분홍색입니다. 더구나... 당신을 만난지 이십여년, 나의 간절한 마음은 달빛을 넘어 桃園 저편이니..." 생각치 못한 말을 하였다. 나와 함께있던 네루다는 나에게 잠시 입에다 검지를 세로 세우며 상사화를 바라보면서 네루다 왈, "그건 시잖아 , 나한테 시를 들이 대다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