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기이한 나의 소망

흰코끼리 2025. 2. 6. 10:08

나는 어둠속 창에
비쳐진 바깥 풍경속
나둘을 보며
새삼스럽게 "오랫만에
여행이 어떠냐?"고
물어본다.그랬더니
나둘은 말없이
빙긋이 웃으며
미소로 답한다.
그러다 쌍둥이들이
선물한 무선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기 시작한다.
몇년전 송아의 목소리를
듣기도하고 엄마와 고모의
대화를 듣기도한다.
그러다가 아그네스발차의

기차는 8시...가 들리더니 영화속
소피아로렌의 해바라기의 기차와

슬픈 해바라기 화면이 보인다.
그러더니 베토벤의
이창이 들린다.
어둠이 내린 이밤에
잘 어울리는 음악이다.
그런데 임펠리티의
기타 속사  섬웨어..와
중경삼림과 첨밀밀의
주제곡도 계속
귓전에 맴돈다.
...잠시후
배낭속에 두툼한
에드거 앨런 포의
책을 꺼내서
추리소설을 읽는다.
역시...라며
"추리소설의 원조"라는 말은
괜한 말이 아니라는 말에
다시금 고개를 끄덕인다.
어느덧
차창에는 무심한 어둠이
걷히고 멀리 호랑이 등줄기와
산등성이는 한몸으르

으르렁거린다.
바다는 어떤가...
한몸이 되버린
바다와 하늘을 가르는
새하얀 용이 포효하듯
하얀 파도를 뿌린다.
얼마후 빈들같이 허전한

기차역에 홀로 내린다.
역 근처에 예약해둔
렌트카를 찾아서
쏜살같이 달려
따듯한 남쪽 나라
어드메에 내린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조용한 나만의
편안하고 예쁜 동네다.
반가운 뜀박질 복장으로
부지런히 변신을 하고
애마의 끈을
단단히 묶는다.
두시간 정도 오르니
정상이다. 무등산의
적석대와 삼각산의

인수봉의 모습을 섞어
놓은듯하다.
백악기 응회암이라니
무등산과
시기도 비슷했다.
다시봐도 절경이다.
아래를 보니 두타산같이
뽀족한 탑들이 열병하며
왼쪽으로 보이고
오른쪽에는 제주의 오름같은
둥글둥글한 낮은 산들이 옹기종기
모인것이 오리들 같고 남쪽의
산등성이는
호랑이 등줄기같다.
그래서 나는
생뚱맞게 호랑이 등에
타볼까 ...라는 생각에
무턱대고 올라탄다.
별일 있겠냐...라며
다시 달려본다.(솔직히 무서웠지만...)
풍광수려한 산은 허벅지와
엉덩이를 막다른 골목으로
내몬다.
이제는 임계점을 몇번

오르내린 뒤라
조금은 여유롭게
마지막 질주를 즐긴다.
이런 즐거움은
나만의 고상함이오,
호연지기다.
내리막길은 능선을
타다가
계곡길을 택했다.
오르막과 능선길에
눈호강도 충분했으니
물소리 가득한
계곡의 향연이
간절했다.어느덧
귀여운 작은 개울은
천둥벼락같은
뱀사골 계곡을 시작으로
주왕산이나 안평대군의
몽유도원도같은
이국적인 풍경이되는가
했더니...

내연산 폭포같다가
제주의
정방 폭포같기도하다.
(얼마전 내린 비로 계곡물은
크게 불어서
당장이라도 주변을
삼켜버릴 태세다.)
그렇게 계곡에
취해 꿈같이 뛰다보니
어느새 그 유명한 귀여운 사자들이
석등을 받쳐든 모습이
나를 반겨준다.
주위에 주춧돌에는
바닷게의 아장거리는
모습에 어린 시절
삼남매가 생각나니
웃음이 연신 나온다.
대웅전터 앞에는
좌우 삼층석탑이
다정하게 서있다.
입구 근처에는 폭포에서
내려오는 엄청난 물로 절터앞
개울은 넘칠듯
조마조마하다.
승선교같이 잘생긴
돌다리가 오늘은 괜히
용감한 장사로 보인다.
들머리에서
얼마되지 않은 곳에
멋진 갑사의 철당간처럼

우뚝솟은 모습이 오늘따라
더욱 보기좋다.
오래전 호시절에 이곳에 걸렸을
탱화는 필시
야단법석이었을거라는
생각에  절로 웃음이 나온다.
절집은 앉은 자리가
중요한데 뒷산이
품어준 소박한 가람은
시골처녀같은
풋풋한 느낌이
그것을 말해준다.
나오면서 삼배를 하며
무사히 하산한 것에
감사의 합장을 한다.
아쉬움에 떨어지지않는

발걸음은 어느덧 부지런히
가까운 곳에 있는
온천을 서둘러간다.
바다가 보이는
노천탕에서
몸은 푹~삶아진다.
몸안에 묵은 독소들이
빠져나가는 느낌이 좋다.
한결 가벼운 몸으로
간편한 복장에  
아이자켓 리덕스를 쓰고
근처 시장을 재촉한다.
막걸리 한잔을 들이키니
산속 기운인지 마음은
여전히 무릉도원이다.
국밥 한 그릇과 엄마생각에

계란찜도 주문한다.
없는 메뉴에 식당 할매에게
엄마생각에 주문한다며
부탁했더니 푸짐한
엄마표 계란찜이 나온다.
(엄마는 형제와 함께
하는 식사할때면
두부와 계란에 불고기를
내놓으시며 즐거워하셨다.)
때늦은 식사라
음식맛이 더욱 달다.
조금 떨어진 곳에 멋진
주상절리가 있다.
화관같은 모습인데
다시봐도
근사했다.
그리고...세병관에서
백석의 연인이나,
벌교에서 소화같은 이나,
광한루에서 춘향같은 이의
손을 잡고 동네를 기웃거려본다.
...이런 상상은 생각만해도
몸과 마음이 따듯해지고 들뜨게한다.
바싹 말라버린 나의
육신에 단비가 필요하다.
@뱀다리
이곳에 나오는
산과 절은
실제로 존재하지만
소설 형식을 빌어
가공됬음을 말해둔다.
인용된 절들과 장소는
내가 다녀본 곳으로
절은 선암사.미황사.영암사터,
감은사지,기타 달전리 주상절리...
산은 황매산,무등산,인수봉
내연산,주왕산,달마산,지리산...을
차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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