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소풍단풍

흰코끼리 2022. 11. 21. 21:28

조그만 나의 손과 동생의 손은
엄마의 손을 꼭 잡고 집을 나섰다.
오늘은 소풍가는 날.
학교에는 동무들의 들뜬
얼굴이 둥둥 떠다니고있었다.
그것도 잠시 나의 머리에는
온통 어제 저녁 엄마가
만드신 김밥이 삼삼했다.
왜냐하면 김밥 꽁다리 몇개를
동생과 나눠 먹었기 때문이다.
그런 샹상을 하다가
엄마와 잠깐 떨어져서
나는 3학년 ,동생은 1학년이
있는 교실로 갔다.
그리고 얼마후 우리는 와...
소리 지르며
학교 운동장으로 쏟아졌다.
이것은 오는 것이다.
수일전부터 ,수십년전의
그 너머까지
신촌 옥상 항아리위 정화수에
근사한 돌모양의 개가 있다던
마당의 늘목리 감악산을
뒤로하고 천지신명께
기도하시는 엄마와
아버지는 뒷짐을 지시며
설렁설렁 걸어가시고
엄마는 나를 손잡고
뱃속에는 동생이 새근새근...
외가 친가 모두의 친척이되는
보군 아주머니께서 계시는

덕수궁을 지나
신촌 덕흥철물과 동두천
큰고모네 막걸리냄새가
폴폴나는 항아리가 있던
구멍가게와 머리가 깨져라

스케이트를 탔던
가월리 고모네 논가를 지나
반듯한 분당을 지나면
진외종조 할매의 위엄있는
모습과 정겨운
인천 석바위가 있다.
개가 외할매 무덤을 지켰다는
고진내를 지나 포천에
누나들이 냉이를 캐고
아래녘에는 상여가 나간다.
밤에는 엿고는 냄새가
온집을 진동했던 아궁이를
지나면 물난리때
아궁이에 지뢰가 나왔다는
연천 이모네와
학교 소사를 지냈다는
신산리 이모부를
넘어 보험사를 했던
예쁜 막내 이모가 보인다.
그리고 우리집에 극진했던
수색과 대전에 외당숙네까지...
이 모든 것들이 소풍을 가는 것이다.
...
덕수궁으로 가는 버스를 정류장에서 탔다.
신촌에서 멀지않던 그곳에서
도착한 나와 동무들은
선생님 인솔하에
당부의 말씀을 듣고서
소풍 시간이되자마자 쏜살같이
엄마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북새통같은 시간도 잠시
각자 엄마를 찾아서는
가까운 친구들과 음식도
나눠먹고
다방구와 오징어같은
장난도 쳐가며 신나는
시간을 보냈던 것이다.
즐거운 시간은 안타깝게...
자유시간도 얼마남지않았다.
그리고 부지런히
엄마와 동생과 나는
분수대에서 사진을 찍었다.
...
단풍이 천지를 온통
물들이는 계절이다.
붉은 단풍을 거닐며
마음한편에는 엄마와 손잡고
다녔던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엄마와 우리 가족은 손잡고
붉은단풍을 다시 거닐수 있을까?
그렇다 그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말한다.
나의 안사람과 삼남매들,
동생과 제수씨와 지수...
모두모두모여서 울긋불긋한

단풍을 엄마와 함께 물들어보자.
그리고 아이스크림도 과자도
함께 먹어보자..
불가능하다고...그렇다,
그럴수 있겠지만 엄마 말씀대로
용기를 갖고 해보자.
다만 동생의 말처럼
엄마가 원하는지 확인
해보는 것은 기본이다.
...
엄마는 놀라운 의지가
있으신 분이다.
엄마가 요양원에서 하루종일
천장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실까
생각하면 ...얼마나 답답하실까..
라는 생각에 목이 메인다.
그래서 벗 용운의 배려로
요양원에서 거리로 ...
용기를 내어본 것이다.
그 다음은 ...다음에 문제는
그때가서 해결하면 될일이다.
엄마는 평소에 말씀하셨다.
"모든 일이든 용기를 갖고 해봐라"
그렇다. 그것은 우리가 해보지
않았을 뿐이었다.
엄마의 의지는 상상을 뛰어넘는다.
내가 다음 주에는 못온다고 말씀드렸더니
"왜?"냐고 물어보신다.
그래서 경주를 다녀온다고 말씀드렸더니
또 "왜?."..ㅎㅎㅎ
그런 엄마다.
우울하신듯한 엄마를

웃기는 100 가지
방법은 필요없다.
그저 나의 막춤 한방이면 끝이다.
우리 엄마는 최고다.
ㅎㅎㅎ
@뱀다리
1.백석동천 단풍을 보고나니
별세계를 엄마와 함께 못봤다는
죄스럼에 사진을 노트북에
담아서 보여드렸다.
예쁜 색깔의 단풍도...
한줌 손에 쥐어드렸다.
그래도 아쉬움은 여전하다.
2. "오마주"는
아니지만 글을 쓰다보니
안도현의 말처럼
백석을 따라가고 있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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