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다녀온 나는
친구들과 놀기도하고
숙제도 하다가
저녁을 먹고서
우리집 철물가게를 나섰다.
바로 옆 문방구에 들러서
춘우 아저씨와 (춘우 아저씨는
옆칸 책방 할배의 아드님이시다.)
이런 저런 말을 나누다가
진열대에 놓인 파란색
파카 만년필이 꽤나
근사하게 보였다.
그렇게 순시?하듯
옆칸에 책방을 태연하게
들어가서는
이책 , 저책을 뒤적이며
책방 할배의 조그만 방을
힐끔 쳐다보았다.
책방 중앙에는 연탄 난로에서
귤껍데기가 끓었다.
진피차 냄새가 가득해서
흡사 건너편 의춘당 한의원
탕약 냄새같기도 했다.
할배는 누구...
"일병이 왔냐?"
말씀하셨다.
나는"예...저 왔어요."
할배 왈,
"그래...책보고 있거라.
밥먹고 나가마."
나 왈, "예..."
나는 그렇게
사지도 않으면서
동서남북 책칸을
옮겨가며 사다리도
오르락 내리락하였다.
그리고는
높은 곳의 두꺼운 책도
괜히 뒤적거리다
사다리 아래를 내려다
보곤 했는데 책방이
생각보다 넓어보였다.
잠시 뒷방에
할배가 나오시면서
말씀을 하셨다.
"그래...책은 볼만하냐?"
나 왈,
"그냥 보는거죠.ㅎㅎㅎ"
사다리에서 내려와서는
할배가 주신 귤껍데기차를
한잔 마시고
할배께 머리숙이며
"책 잘봤어요. 또 올께요."
그렇게 직사각형
유리창이 세로로 몇장 달린
문을 밀고나가는데
할배의 말씀이 들렸다.
"왜...더 있다가지 않고...
그래...또 오거라."
나 왈, "예, ..."
ㅎㅎㅎ
@뱀다리
어쩌면
나의 책사랑은
책방할배의
창천서점이
요람이었을지 모른다.
어린시절에 창천서점외에도
연대방면으로
일신서점이 있었고
신촌로타리 초입에
홍익서적이 있었다.
그리고 중소기업은행
맞은편에는 지하에
신촌문고같은 대형서점도
있었고 8~90년대에는
오늘의 책과 밥같은
사회과학 전문서점도
생겼었다.
또한 연대앞 굴다리
기차길 아래에는
중고책방들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