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감악산 양가산댁 28

흰코끼리 2021. 5. 7. 06:00






















어린시절 태어나서 40여년을
살았던 창천동.
지금도 그곳을 자주는 일주일에
댓번에서 한두번을 다닌다.
그런 그 곳에 지금은
어머니는 멀리 요양원에 계신다.
...
어린시절 창천동은 지금처럼
연대앞으로부터
신촌 로타리에 이르는 큰길로
나누어져있었다.
현대시장이었던 현대백화점에서
경의선 신촌역으로 가는 길을
가자면 봉원사 연대뒷산에서
흐르는 개천이 흐르기도했다.
물론 지금은 복개가 되었지만
그 개천은 현대 백화점을지나
마포로 흘러갔다.
어린시절 그 곳에는
막걸리 양조장도 있었고
조그만 다리도 있었다.
어머니는 아버지와 함께 덕흥철물을
창업하셔서 그 곳에서 나오는
돈을 조금씩 모아 성산동과
신촌에도 집을 장만하셔서
재산을 불리셨다.
그래서 어린시절부터
결혼전까지 크게 부유하지는
않았지만 기와집 생활을 두곳이나 했으니
지금 생각해보아도 대단한 행운이었다.
예를들면 대청마루에서 누우면
서까래가 쭈욱 늘어 서있는데
흡사 고래뱃속이 이럴까라는
기이한 생각도 해보았다.
또한 기와가 깨지면 물이새서
조심스레 지붕을 올라가 깨진기와를
걷어내고 주변에 여분의 기와로
갈아내기도 했다.
그리고 서생원이 집안으로
들어와서 쥐틀을 놓거나
쥐약을 놓기도했다.
또한 화장실이 재래식이라서
비오는 날이 길어지면
똥통에 물이 들어가서
큰일을 볼때는 봉변을 당하기도했다.
그리고 창호지를 바르거나
된장이나 간장...고추장을
담는 날에는 냄새가...ㅎㅎㅎ
김장 담그는 날에는
잔칫날같았는데 세입자가 여럿이라
재밌고 슬픈일도 자주 있었다.
한번은 동생과 연세대 학교 동년배였던
"오동수"라는 꺽다리 세입자가 있었다.
전라도 광주출신답게 사투리도
적당히 하고 목소리도 근사했고
예쁜 여자친구도 함께 다녔다.
가끔 동생과 함께 술도하고
산에도 갔던 기억이있다.
노자와 장자 운운하며
공부도 제법했던 동생인데
그러나 무슨 일인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이른 나이에 세상을 달리했다.
안타까운 일이었다.
또 이런 일도 있었는데
문방구를 하시는 세입자 아주머니가
이른바 "수제 마요네즈"를 만들어
주셔서 맛있게 먹었던 생각도 났다.
...
당시에는 방앗간같은 곳에서
명절때면 집집마다 가래떡이나
송편같은 것을 했었다.
현대시장 부근에 두번째
기와집도 있었는데
우리가 살지는 않고 전월세?를 주었다.
그리고 그 곳옆에는 방앗간...
즉 떡집이있었다.
지금도 하얀 가래떡을 거의 매일먹는
것이 그때의 영향이 아닐까한다.
지금도 명절때면 새벽녁에
어머니 머리에는 쌀 불린것이 담겨진
양은 다라이가 있고 어머니손을 잡은
나는 줄을 섰던 기억이난다.
왜냐하면 어머니는 가게를
나가셔야했기때문이다.
그리고 얼마후에는 놋쇠로 생긴
구멍으로 눈부시게 하얀
가래떡이 나오는데
아...그것은 예나 지금이나 장관?이었다.
그 가래떡을 방앗간 아저씨가
먹으라고 하나를 잘라주시면
그 맛은 나의 언어로는
표현하기가 어려울 정도의
감동의 최고치였다.
...
또한 지금이야 왕년에 유명했던
형제갈비와 장미여관이 있던
신촌역 가는길을 가다보면
첫번째 기와집이 있던 곳이 있는데
그곳에서 조부님과
작은아버님내외에 우리가족 까지
함께 살았었다.
이곳에서 얼마간 살다가
통학길에 길건너는 것이 위험하시다며
다니던 창서초등학교로
이사왔는데 그집 또한 기와집이었다.
...
이제는 기와집으로 가득했던
신촌 창서초등학교와 장미여관부근은
호랑이 담배물던 옛날애기가 되었고
높은 건물과 젊은이들로
가득한 거리가 되었다.
@뱀다리
창천동 사무소는 원래
연대입구 오른쪽 굴다리
못미쳐에 있는 창천?교회 아래의
새마을 금고자리였다.
그것이 오래전 신영극장위의
바람산 아래로 옮겨졌고
지금은 신촌역전 주민센터로...
그곳은 내가 초등학교도
들어가기전에 동네 친구들과
놀러갔다가 폐가의 똥통에 빠져서
어머니께 가서 목욕으로 씻었던
기억이났다.
그때만해도 시골이나
도시 집에는 똥통에 빠지는 경우가
종종있었다.
그 냄새가 폴폴나는 자리에
우연히 올라서보니
전망대와 휴식처를 제법 그럴듯하게
만들었다.
내가 자랐던 그곳이 레고를
보는듯 신기하고 아련했는데
왜냐하면 옛날의 어린 모습이
스쳐지나갔기 때문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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