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신성각

흰코끼리 2021. 12. 14. 21:53






효창운동장 꼭대기 즈음에
자리잡은 중국집.
송아와 초딩시절 왔으니
짜장면은 몇번 먹질 않았으나
첫 만남은 15년은 됬을 것이다.
오늘에서야 알게된건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식단이 짜장면과 간짜장
그리고 만두가 전부다.
그래도 사람들은 점심시간이
지났건만 대수롭지않게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물고기가 없는 어항에 낮익은
산야로 바나인지 놋쇠로된
구형 7~80년대 산에서 흔히
볼수있는 바나가 있고
기타 그때있을 법한 물건들이
물고기 대신 어항을 채우고있었다.
그리고 낡은 벽에는 향수를
불러줄만한 3~40년전의 사진은
사장님의 화양연화 일지도 모르겠다.
사모님은 주문을 무덤덤하게 받고
사장님은 연신 주방에서
수타로 반죽에 여념이없다.
주방에서 들리는 소리는
"탁탁" 반죽소리와 허공을 가르는
소리없는 밀가루의 공중잽이...
그리고 바나의 "푹푹"거리는 풀무질 소리와
후라이팬의 "덜그덕 덜그덕"
양념 볶음질 소리.
그렇게 여러번 소리가 반복되고
손님들이 나가길 여러번 지나서
내가 시킨 짜장면이 나왔다.
"아뿔싸 간짜장을 시키는 건데..."
이유는 "오이 고명"이 없었다.
주변을 보니 간짜장에만
나오는게 아닌가...
몇년만인지 기억도 흐미한
신성각에서 짜장면을 다소
아쉽게 먹고 나왔다.
그리고 주인장의 심성을 읽을수있는
대문에 써있는 파란색 바탕의
흰글씨가 다시 나를 돌아서게한다.
그렇다.
나는 짜장면 맛도 대충 평범하고
가게도 썩 멋지지않으며,
사모님도 친절쪽은 아니요,
식단도 단촐하고
접근성도 별로인 <신성각>을
오게하는 오직 한가지 이유인 것을...
@뱀다리
이곳에 오면 <한겨레> 신문 사옥을
들르게된다.
전세계에서 보기 드물게
구독자가 모금을해서
만든 신문 <한겨레>.
전두환 군사 독재시절이었던가
창간 발기인들은 신변의 안전을
위협받으며 1차와 2차에 걸쳐서
발기인들을 모았고 그들이
주주가 되어 만든 적어도
한국 신문사상 유일무이한 사례였다.
지금은 종이 신문을 읽지 않는
시대이니 조중동이 그래도
메이저이니 그렇다치고
한겨레도 많이 힘들 것이다.
종편에 유튜브같은 1인방송등
매스미디어도 격변의 시대이니...
그저 많은 사람의 성원에
만들어진만큼 이 격랑도
부디 잘 넘어가길 주주로서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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