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사평역에서

흰코끼리 2020. 6. 16. 23:24



작년 언제였을까?...
(나중에 확인해 보니 손석희 앵커의
마지막 앵커 브리핑이었다.
2016년
jtbc 8시뉴스에서 손석희앵커는
"사평역에서"라는 낮설은 시를 소개했다.
시에서 나오는 사평역을 찾아 헤맺다는
아무개의 말도...
모르긴해도 나를 포함한 많은 시청자들은
jtbc 8시 뉴스에 백미를
9시 앵커브리핑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왜냐하면 나같은 경우에는
tv에서 인문을 맛볼수있는
신기한? 경험을했고
가끔 특별한 초대 손님의
만남도 좋았다.
그리고...
그 시간만큼은 서민들과 권력자들에게
세상이라는 운동장이 누구에게
기울어 졌다든지,
출발선이 다르다든지,
기회의 사다리를 걷어찼다든지...
권력의 비리가 어쩌구저쩌구...
그런 것이 아니라
그저 평범하고 사회적 약자를
포함한 다수의 희노애락같은
삶의 애기를 들을수있을지
모르기때문이다.
그래서 손석희 앵커의 마지막
앵커 브리핑에서 나오는
사평역에서는 마지막이라는
말의 무게답게 범상치 않은 것이었다.
그러나 사평역은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않는 가상의 기차역이었다.
그러니 사평역은 더욱
호기심이 모락모락나는
신비한? 공간이 되버렸다.
그러나 그런 생각도 잠시 나의 머리에는
사평역과 관계없이 신촌에서
태어나 신촌역에 대한
추억이 새록새록 나기 시작했다.
가깝게는 결혼후 신촌역에서
행신동까지 출퇴근을 하며
송아와 다녔던 기억이 났다.
그리고는 코흘리게 어린시절에는
화전등지로 썰매와 스케이트를
타러다녔던 ...
그리고 머리가 조금 커졌을때는
이대옆 신촌역에서 주말에
북적거리는 많은 젊은이들틈에서
교외지역인 백마나 송추역등으로
쏘다녔을 것이다.
이렇듯 나에게는 예나 지금이나
기차역이나 터미널은 달달한
추억의 공간이며 여행이 주는
묘한 호기심인데 뭐랄까?
둥둥 떠있는 느낌...
아무튼 재미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지방에 고향을 둔 수많은 이들에는
하루에 몇편 안되는 조그마한 간이역에서
있었을 낭만이나 사랑...가족을
상상했을지 모른다.
그렇게 "사평역에서"는 시의 본 뜻과
상관없이 나에게 잠깐의 울림?으로
스쳐갔을 뿐이었다.
그러나... 얼마전 가끔가는
신촌의 중고책방에서 "사평역에서"
시집이 입고되었다는 전화가왔다.
언젠가 책방에 말을 넣어놓은터라...
그래서 손석희 앵커 덕분에 알게된후
사년만에 시집이 내 손으로 들어온 것이다.
그렇게 읽게된 사평역에서는
사평역이라는 공간이
사랑과 낭만같은 추억의 장소가 아닌
외로움과 두려움
그리고 ...소리내어 울수도없는
사람들의 어두운 표정과 초조한
눈동자들이 모인 절망의 공간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무언의 눈빛으로 십시일반
서로를 쓰다듬으며
공포가 지배하는 삶과 시간들을
한줌의 톱밥으로
한줌의 눈물을 덜어내는
따스한 온기로 가득한
희망의 공간으로 만들었다.
언젠가 돌아올 그날에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
시인의 이름은 곽재구.
문학적 소양이 워낙 일천해서
처음 들어보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의 시집이 들어있는
창비시선 100에는 40번째로 실려있었다.
그래서 새삼 창비100선의 시인들을 보니
그래도 내가 읽은 시인들이
신경림.김남주.양성우.조태일.
정호승.고은.김용택.박철등
여러 시인의 모습이 보였다.
ㅎㅎㅎ
그리고 시집에서
영자와 대인동...
겨울기행과 조카...
김득구와 박득세...
화개에서와 임진강 살구꽃...
북광주역과 사평역에서...등
그가 사랑했던 많은 것들이
책에서 걸어나왔다.
시인은
1954년 전남 광주출신이다.
어려운 시절에 출신지역도...
그러니 대한민국에서 그의 고단한 삶은
멍에의 그것처럼 운명으로
받아들였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의 시
소고깃국과 희망을 위하며
바닥에서도 아름답게...를
보자면 흔히 볼수있는
거칠지만 정감있는 뚝배기에 담겨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수육에
먹음직스러운 뽀얀 고깃국물...
그리고 희망이라는 이름의
쏘주가 생각났다.
좌절의 시대에 절망을 너머
희망을 노래한 곽재구.
그의 시를 늦게 만났으나
그의 고향 사랑과 민중들과
꽃과 구두등 미물에게까지
미친 애정은 흡사
백석 시인을 보는 거같았다.
반갑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
@뱀다리
양원역.
영동선에 있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작은 기차역이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역이란다.
기차가 아니면 다를 교통편이 없어서
접근이 안되는 이른바
산골 오지 마을인 셈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열차편에서
사라질 운명?이었다는데
아직 용케도 자리를 지키고있단다.
세상의 많은 것이
태어나고 사리지는 것이
운명이라지만
이런 조그만 기차역은
서민들과 함께 더 있었으면 좋겠다.
...
거대하고 호사스런
세상에 그 어떤 기차역보다 사랑스런
양원역.
사평역도 그런 사랑스런 곳이었으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