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이한 황매산 트레일런닝 2

황매산 자락의 억새밭은 정상에서
하산하면서 걷게되는 계단과 데크가
끝 지점에 도달하면 능선길 좌우로
규모를 짐작할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넓이에 억새밭은 시나브로
나를 맞이 해주었다.
여러 해전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는
우리나라 역사에서 동족상잔의
비극을 남김없이 보여준 영화였다.
이데올로기가 짓 밟고간 보통 가족의
일이었으니 그런 일은 천만 이산가족의
숫자와 수백만명의 사상자가
웅변하는 일이었다.
이제서야 말이지만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가 이곳에서 촬영됬다는 것을 이곳에서
처음 알게되었다.
특별히 창피한 일은 아니지만
제주에서 느꼈던 일이다.
귀여운 노란물결이 가득한 유채밭과
행복한 표정의 남녀노소 상춘객들.
붉은 동백꽃이 필때의 제주에서 나는
4.3 항쟁의 대대적인 "제노사이드"와
오버랩되는 일이 곤혹스럽게했다.
황매산에서 그러한 비극이 일어난 것은
아닐지라도 한국전쟁의 비극과
수많은 등산객에 관광객들 사이에
나는 애매하고 묘한? 줄타기를 했던 것이다.
그 마음을 아는지 가녀린 억새밭은
온갖 상념이 흔들리는 내 마음처럼
좌우로 은빛 물결처럼 출렁거렸다.
그렇게 억새밭을 빠져나가니
황매산의 봄철에 명물인 철쭉나무들이
터널들을 이루며 좌우에 가득했다.
꽃이 없어서 아쉬었는데 내 마음을 아는지
한송이 철쭉이 반갑게 인사했다.
모산재로 하산하는 길은 철쭉길이
끝나면서 얼마지않아 모습을 나타냈다.
(이정표가 보이질 않아 잠시
주춤했지만 걸립을 하는 스님에게
영암길사지 가는 길을 물었더니
근처 갈래길을 가르쳐 주셨다.
고마운 마음에 "성불하세요" 스님에게
속으로 합장하며 내뺐다.
그렇게해서 등산로를 제대로
찾아가니 모산재에서 내려오는
등산객을 보게되었고
혹시나해서 다시한번 물어보았다.)
내장산 트레일런닝때도 보았던
드론이 이곳에도 왱왱거리며
하늘을 동분서주 하고있었다.
드론 조종을 하는 남녀에게
모산재 인증샷을 부탁하고 보니
주위에 잔돌을 쌓아놓은 제단으로
보이는 것이있어서 그곳에도 찰칵했다.
그런데 모산재 선돌 하단이 거대한
화강암 덩어리였고 관입의
흔적인 띠가 보였다...
사진을 찍으려 인증샷을 하지 않았다면
관입의 흔적은 그냥 지나쳤을지 모른다.
아무튼 영암사 터로 잠시
내려가는데 "돗대바위"라
불리는 바위와 우락부락한 화강암들은
흡사 용맹을 다투는 장수들처럼
기골이 장대했다.
또한 무골의 기개가 유난히 뿜어나는 것이
서울 삼각산이나 오봉과 도봉산등의
굳센 바위를 보는 듯 하기도했다.
넋놓고 보며 뛰며 가는데
이런다간 급경사 계단도 있고
잠시 긴장의 끈을 바씩 당기면서
뛰어 내려갔다.
모산재를 향한 등산객들이
거친 숨소리와 함께 끙끙거리며
철계단과 바위들에 붙아가다시피했다.
그렇게 돗대바위를 내려가랴,
주위에 바위들의 도열도 구경하다보니
"황매산 기적의 길"이라는
특별한 이름이 적혀있는 이정표를만났다.
강화 나들길.
서울 둘레길.
제주 올레길.
대충 이런 식의 길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 강화 마니산처럼
기가 충만한 그런 류의 이야기였다.
그렇게 얼마간 내려가니
돌거북 둘이 불과 30cm 정도의 낮은
철담안에 외롭게 지키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거이가?...하면서
두리번 거리니 절터 근처에
"쌍사자석"등이 보이는것이 아닌가...
드디어 영암사터에 도착한 것이었다.
이런 경사가 있나...
얼떨결에 횡재를 한 느낌이었다.
소요시간은 3시간 30분.
거리는 11.8km
무탈하게 잘 내려와서 고마웠고
황매산 산신령님과
어머님에 가족들은 물론이요,
벗들의 성원에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