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 입구부터
낮익은 향기가 흡사
한약방 냄새 같아서
나도 모르게
천장에 매달렸을 법한
약재 주머니를 찾아
두리번 거렸다.
안주인 되실듯한 사모님이
"바깥 날씨가 춥죠"라며
다정하게 맞아주신다.
욕실을 들어가자니
보기만해도 즐거운
두꺼비가 나를 반겨준다.
엄마 두꺼비는 오늘도
귀여운 애기 두꺼비를 업고
오늘도 뜨거운 김이 나는
물을 연신 욕탕에
쏟아내고 있다.
욕탕에는 드문 드문
많지않은 사람이있었고
뜨거운 물이 가득찬
욕탕 세개가 보였다.
이벤트 탕은 이름에 걸맞게
붉은 색깔이었는데
혹시 이것을 따라가면
실크로드를 넘어
아프리카의 "루시"를
만날지도 모른다.
쑥탕은 이름처럼
쑥냄새가 그윽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단군의 자손인지라
유전자가 온몸으로
쑥기운을 빨아 당기듯했다.
배불뚝이 영감님이
노곤한 모습으로
걸어갔고 동남아인으로
보이는 젊은이들도
몇사람이 보였다.
그런데 상상의 날개는
백석 시인과
목욕탕에서 함께
사람들을 둘러보며
이국적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는데
내 눈앞에는 만주 벌판의
거대한 광개토대왕비와
벌거벗은 남녀의 모습과
신비한 앙코르와트 사원의
기이한 나무들도 보였다.
세안사는 보기드물게
젊은이였는데
건강한 체형에
웃는 모습으로
침대에 누운 손님들을
성실하게 때를 밀어주었다.
세안사들은 한때
"때밀이"라는 말로 불렸고
나이가 제법 되시는
분들이었다.
어린시절 내가 다녔던
목욕탕의 때밀이 형은
큰덩치에 여성팬티를
입었던 모습이 생각났다.
고샅에 애기?숲이라는
이름을 간신히 올렸을
애티가 완연한
학동 셋이 냉탕 온탕을
오가며 물장난을 한다.
한 아이는 멋?을 내는라고
왼팔에 용무늬 문신을했다.
삼남매의 어린시절이
꿈같이 나타났다.
44도 쑥탕에서 무심코
천장을 바라보니
이런..."삼태극"이
나를 바라보고있었다.
수십년전 천년고도 경주에서
페르시아 보검이 발견되었다.
한반도의 신라에서
페르시아는 얼마나 먼
여정인가...그러나 삼태극은
유럽의 끝자락의
켈트문명에서도
발견되었다 ...
원형 세개의 큰 등과
가운데는 삼태극을
녹색과 빨간색의
보색대비까지...
주인장에게 물어보니
역시 알고있다고했다.
어쩌면 이 분은
천지인과 삼족오를 알며
욕탕이 셋인 것과
삼태극 도상을 목욕탕
천장에 일부러 배치했다면
필시 고상한 분일 것이다.
다빈치 코드도 아니고
호기심을 부채질하는 목욕탕이라니...
나에게 목욕탕은
역사의 탐험지요,
만원에 행복이오,
천지의 휴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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