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13 2

고모의 냄새

참외가 노란옷을 벗었다. 바닥에 길쭉하게 가지런히 놓였는데 갯수가 여러 개다. 속살은 같은 하얀 색이지만 백옥같지않아 친근했다. 향은 어떤가? 뭐랄까... 강렬하지않고 순박한 향기가 괜시리 시골의 수줍은 처자의 모습이 떠올랐다. 참외를 반으로 나누어 속을 본다. 하얀 작은 씨들이 하얀 속살에 가득하다. 나는 속살과 씨들을 숟가락으로 조심스럽게 걷어낸다. 그리고 참외를 잘라서 접시에 정성스럽게 하나씩 뉘어본다. 이제는... 연한 달콤함을 상상하며 참외를 입에 넣어본다. 참외의 향과 씹히는 그윽한 맛과 함께 동두천 큰고모네 구멍가게의 항아리에서 시큼털털한 막걸리 냄새도 사이좋게 내코를 간지럽혔다. ...참외는 큰고모의 또 다른 향기일지 모른다. @뱀다리 큰 고모가 좋아하셨다는 참외는 어린시절 큰고모님 네서 ..

나의 이야기 2024.09.13

책방 할배의 추억

학교를 다녀온 나는 친구들과 놀기도하고 숙제도 하다가 저녁을 먹고서 우리집 철물가게를 나섰다. 바로 옆 문방구에 들러서 춘우 아저씨와 (춘우 아저씨는 옆칸 책방 할배의 아드님이시다.) 이런 저런 말을 나누다가 진열대에 놓인 파란색 파카 만년필이 꽤나 근사하게 보였다. 그렇게 순시?하듯 옆칸에 책방을 태연하게 들어가서는 이책 , 저책을 뒤적이며 책방 할배의 조그만 방을 힐끔 쳐다보았다. 책방 중앙에는 연탄 난로에서 귤껍데기가 끓었다. 진피차 냄새가 가득해서 흡사 건너편 의춘당 한의원 탕약 냄새같기도 했다. 할배는 누구... "일병이 왔냐?" 말씀하셨다. 나는"예...저 왔어요." 할배 왈, "그래...책보고 있거라. 밥먹고 나가마." 나 왈, "예..." 나는 그렇게 사지도 않으면서 동서남북 책칸을 옮겨가..

나의 이야기 2024.09.13